2008년 9월 10일 수요일

고객 감동의 시작

대학교 1학년때부터 거의 10년간 다니던 pc방이 있다. 놀이터 앞에 pc topia란 곳인데 많은 단골들과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가게다. 처음엔 이 가게에 왜 손님들이 많을까 의아해 했다. 특별히 세련되거나 카폐처럼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pc사양이 타 가게에 비해 훌륭하다거나 하지도 않다. 그러면 장사에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입지조건이 훌륭한가? 결론은 그것도 아니다. 골목 구석에 있치한고 있는 건물은 3층에 pc방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게들은 3개월 마다 바뀌거나 1년을 넘기지 못할정도로 열악한 장소로 유명하다. 그러면 왜 아무런 장점도 가지지 못한 pc방이 하루에도 많은 가게가 생기고 망하는 홍대앞에서 10년넘게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몇년간 그 pc방을 다니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사장님이 가게에 드나드는 학생들을 비롯한 손님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사장님은 내게 호동아 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손님들의 이름이나 기본명세를 외우고, 저기요가 아닌 이름을 부름으로써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었다. 변지석 교수님 블로그에 있는 '정말 친절한 우리 아파트의 안내 아가씨'처럼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외워서 부른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름을 부름으로써 고객에게 친밀한 인상을 주고, 그로 하여금 그 가게에 단골이 되어버리는 무서운 힘이 있는거 같다.

자영업을 하시는분들은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고객의 이름을 외우는것 부터 시작해보는건 어떨까요?

문득 떠오르는 시한편 적어봅니다.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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